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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에 관한 두 사람의 이야기

열정의 발견자 2023. 8. 27. 09:21

‘인맥’에 관한 두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1>

인맥 관리에 정성을 쏟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자기가 속한 조직은 물론 동문회, 향우회, 결혼식장, 장례식장을 빠짐없이 간다. 인생을 잘 살려면 쓸만한 인맥만 유지하고 쓰레기는 버려야 하는데 겉 껍데기만 보이지 속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늬만 그럴싸한 인맥들이 많은 것 같다.

재판을 받거나 선거운동을 보면 많은 인생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감옥으로 간 대통령을 지켜 본 적이 있다. 그 많은 장관들이 다 도망을 쳤다고 했다. 목숨을 걸고 충성하겠다던 그들의 말은 다 거짓이었다. 그룹직원을 가족같이 여긴다는 재벌회장이 있었다. 그 회장이 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징역의 끝무렵 그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면회 오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그가 고백하는 걸 들었다. 대통령 후보로 지지율이 높았던 서울시장이 자살을 했다. 그가 자랑하던 재야의 인맥이 무엇이었는지 헛웃음이 날 정도로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그들 사이에 진정한 인간관계는 없고 거래만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변호사를 하다 보면 허무한 인간관계를 수시로 본다. 감옥에 들어간 사람에게 진정한 마음을 가지고 찾아가는 한 명의 친구만 있어도 그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대통령 비서관을 지냈던 사람이 구속이 됐었다. 그는 모 대기업의 임원을 찾아가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그 임원을 만났다. 그 임원은 기업이 큰 신세를 진 것은 맞지만 감옥에 간 그를 도울 의사가 없다고 했다. 이미 댓가를 치를 시효가 지나갔다는 것이다.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전혀 다른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를 위해 증언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러 간 적이 있다. 평소에 친분을 과시하던 사이들이 갑자기 그를 잘 모른다면서 외면했다. 귀찮은 일은 조금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차가운 사람이었다. 탄원서를 써 주는 것도 거부했다. 그런 사람들은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평소 인맥을 자랑하던 그는 돈과 시간을 헛쓴 것 같았다. 한편으로 그런 반응은 그가 인생을 잘못 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에게 그런 상황이 반성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심한 허풍을 떠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 인맥을 동원해서 대법원장과 담당 판사에게 다 힘을 써 놨으니까 아무 걱정을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판사들이 가장 조심하는 것이 그런 말에 휘말리는 것이다. 그런 허풍을 믿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 반대의 경우도 본 적이 있다. 힘들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재무위에 들어간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털어놨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재벌 아들인 아이들은 우리같이 서민으로 사는 집 아이들하고는 어울리지 않았어. 그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아버지의 그룹을 인수받고 회장이 되면 동창이 동창이 아니야. 아주 깔보는 거지. 그런데 내가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게 알려지니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고교동창중 재벌대표쯤 되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서 간단히 저녁 한번 먹자고 하는 거야. 그래서 늦은 시간에 약속 장소로 나갔지. 그랬더니 동창중 재벌에 속한다는 친구는 한명도 빠짐없이 그 노래방에 나와서 대기하고 있는 거야. 언제 내가 그들의 인맥인 적이 있었나? 그들이 언제 나를 친구로 여겼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토할 것 같은 역겨운 인맥이었다.

인맥이란 서로 얼굴만 안다고 형성될 수 있는 것일까. 다른 사람을 이용수단으로만 사용하려 할 때 그게 인맥일 수 있을까. 서로간의 신뢰와 존중이 있고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인맥일 수 있는게 아닐까. 성경을 보면 예수가 십자가 위에 오르게 되자 제자들이 모두 도망쳐 버렸다. 그런 데 이상한 게 있다. 그렇게 모두가 도망칠 때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에게 다가가 정을 보인 사람이 있다. 평소 친했던 사람도 매일 함께 다니던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예수가 가는 마지막 길을 돌보아 주었다. 그런게 진정한 인맥인 것 같았다. 나는 남들이 다 손가락질 하면서 멀리할 때 혼자 다가가는 게 친구라는 생각이다. 그런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아니라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어두운 고뇌의 터널을 걸어가는 사람이 인맥을 맺을 만한 선한 이웃이라는 생각이다. 학연 지연보다 마음의 끈이 은은히 내면에서 이어진 게 진정한 인맥 아닐까.
-엄변호사




<이야기2>

어려울 때 돕는 것도 인맥이지만, 안 어려울 때 돕는 것도 '인맥'이죠. 우리는 인맥하면 왠지 어렵고 외로울 때 힘이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얽매여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대부분 세상 인맥은 어려울 때가 아니고도 평소에 서로 유무형의 미덕이 됩니다.

최소한 내 친구 중에 누구누구도 있다! 만으로 힘이 될 때가 있거든요. 제 지인이 속한 모임을 관찰해보니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만 있더군요. 국회의원에 법조계는 최소 부장판사, 장군, 기관장 그리고 다수의 기업인들 , 서로 힘 있는 사람들끼리 체면도 세워주고 소개도 시켜주고 제품도 팔고 보이지 않게 상부상조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게 서로 득이되며 상류층 이너써클을 만들어가는 듯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징이 상류층은 상류층대로, 서민들은 서민들끼리 인맥 만들고 끼리끼리합니다. 못 말려요. 동네 재래시장을 가도 동종업계까리 모임 만들고 부동산끼리 단합하고 그러잖아요. 특히 호남 향우회 인맥은 대단하더라구요. 전에 지인들 모임에서 회식을 하는데 호남출신지인이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동향이 하는 식당 팔아주려고 먼거리로 이끌더군요. 부럽기도 하더군요.

요즘은 대개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들이라서 본인들이 나락에 떨어질 때 서로 돕기는 커녕 나를 모른체 한다는 것도 잘 알아요. 그러나 평소에 잘 나갈 때 서로 미덕만 되도 따지고보면 괜찮은 인맥인 거죠. 진정한 인맥은 원래 가족말고는 드물어요.
-잠꾸러기 멍작가



#시사점

맹상군 일화를 보면, 삼천 식객이 머물던 맹상군의 저택도 권력이 떠났을 때, 하루아침에 초막처럼 적막하게 변했다. 그러나 깊은 은혜를 입은 설 땅의 백성의 마음에 지은 집은 어떤 풍파에도 변함이 없었다. 풍환은 식객이 떠난 것을 상심하는 맹상군에게 “부귀하면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가난하면 친구도 떠난다(富貴多士 貧賤寡友)”며 위로했다. 세상의 집이란 빈부귀천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법이다. 그래서 현자는 눈에 보이는 집보다 보이지 않는 집을 더 귀히 여기고, 인생의 크기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